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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패션에디터 박소영이 쓰는 칼럼 by margar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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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슈티컬 트렌드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그 위력이 강력해지고 있는데요. 이제 국내에서도 그 트렌드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가오는 3월 아래에서 설명한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닥터 브랜트' 외에도 여럿 브랜드가 국내 런칭을 계획하고 있으니까요. 첫번째는 르비브(Revive). 유명한 성형외과 전문의인 그레고리 베이츠 브라운 박사(Dr.Gregory Bays Brown)가 만든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로 안티에이징 스킨 케어로 특히 유명하답니다. 첨단 생체공학 성분인 IGF, KGF, MPI, 노벨상으로 그 효능이 입증된 EGF 등을 주요 성분으로 하는 브랜드입니다. 대만과 홍콩에서 특히 반응이 좋은 이 브랜드는 이미 지난 1월 국내에 런칭 행사를 갖고 출시를 알렸습니다. 단, 단점은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는 거죠(드 라 메르나 SKII에 맞먹는..). 두번째는 닥터 코멘지(Dr.Comenge). 코스메슈티컬 브랜드가 대부분 미국 출신인데 비해, 이 닥터 코멘지는 스페인의 브랜드입니다. 호세 아도스 코멘지 박사(Dr.Jose Llados-Comerge)는 스페인의 유명한 내분비학자이자 신진 대사와 호르몬을 전공한 내과 의사로, 닥터 코멘지는 그가 탄생시킨 안티 에이징 스킨 케어 브랜드입니다. 호르몬, 신경과 면역 시스템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고려해 피부 노화를 지연시키는 그만의 솔루션을 개발해, 화장품에 도입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홈페이지( www.drcomenge.com)을 참조하시길... 세번째는 오퓰런스(Opulence). 미국의 대표적인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중 하나인 오퓰런스는 GABA를 주성분으로 하는 안티 에이징 스킨 케어입니다. 가격대는 르비브보단 낮은 편이지만, 닥터 코멘지와 비슷한.. 고가에 속하죠. 피부과 의사들이 만드는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약학 성분을 사용한 스킨 케어 브랜드'들도 소개합니다(국내 출시 예정인 브랜드만). 남성만을 위해 디자인된 앤토니(Anthony). 앤토니 로지스틱스 포 맨(Anthony Logistics for Men)은 오로지 남성만을 위해 디자인된 스킨 케어 브랜드로, 셰이브, 헤어, 보디, 선케어 라인 등 남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약학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순수 자연주의 관리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죠. 뉴욕 첼시에서 태어난 '멜린 앤 게츠(Malin+Goetz)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페이스, 보디, 헤어 모든 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는데요(아래 사진 참조). 민감성 피부라 할지라도 얼굴부터 발끝까지 PH발란스를 맞춰 자극을 최소화하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써 본 이들만 알 수 있지만요... 스코(SCO)란 브랜드는 고객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진단 점에서 특색이 있습니다. 스킨 케어를 사기 위해 그 매장에 들르면 매장 직원이 물어보는 질문은 하나같이 똑같죠. "피부가 어디에 속하세요? 건성, 중성, 지성?" 피부를 단순히 기존 방법으로만 분류하는 게 아니라, 고객 개개인이 가진 피부 관련 고민을 반영해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스코 카운터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주문 사항들을 아무리 많이 떠들어도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 모든게 제품에 반영되어 당신 피부에 흡수될테니까요. 단, 그만큼 가격대는 높아지는 건 감수해야 합니다. 순수 식물 성분으로만 구성된 보태니컬(Botanical) 브랜드도 그 붐을 예상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Sjal(샬), 올레 헨릭슨(Ole Henriksen), 쑨다리(Sundari)가 있습니다. 그 이름도 특이한 Sjal(샬)은 모녀 사이인 카렌과 크리스틴이 만든 브랜드로, 동양 의학과 서양 바이오-테크놀로지 융합을 기본 컨셉으로 합니다. 일반 스킨 케어 제품에 사용되는 석유계 성분이나 광물성 오일이 사용되지 않는다죠. 한 제품당 45~50가지의, 전세계에서 채취한 희귀 식물 성분 및 활성 성분들이 들어 있습니다. 올레 헨릭슨(Ole Henriksen)은 나오미 캠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헐리웃 스타들의 피부 관리를 해온 올레 헨릭슨이 탄생시킨 자연주의 스킨 케어입니다. 유명 스파(헐리웃 스타들이 애용하는 스파)에서 사용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브랜드로, 보디 스킨 케어가 주를 이룹니다. 쑨다리(Sundari)는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베다(Ayurveda)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보태니컬 스킨 케어입니다. 인공 향이나 색소, 광물성 오일을 사용하지 않으며 세계 각지에서 추출한 순수 식물 성분만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클린징, 리플레니싱, 모이스처라이징의 3단계 시스템으로 전개되는 브랜드로, 가격대는 일반 스킨 케어 브랜드 중 중간대에 속합니다. 보태니컬 브랜드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오가닉 스킨 케어도 소개합니다. 오가닉(Organic), 즉 무공해의 재료를 이용한 이 스킨 케어 브랜드들은 민감성 피부에 특히 그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오가닉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존 마스터스 오가닉(John Masters Organic)과 꾸에레보떼(Couer et Beaute)입니다. 존 마스터스 오가닉은 헤어 디자이너 존 마스터스가 만든 헤어&스킨 케어 브랜드죠(아래 사진 참조). 대부분의 헤어 제품에 함유된 암모니아, 설페이트, 스테이플 등의 화학 성분을 배제하고 최상의 오가닉 성분만을 사용했는데, 친자연주의를 지향하는 단순한 디자인이 특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꾸에레보떼(Couer et Beaute)는 민감성 피부 및 아토피성피부를 위한 일본의 스킨 케어 브랜드입니다. 신선한 염소 우유를 주성분으로 사용하기에, 아이들도 사용가능하다고 합니다.
최근 남성 화장품 시장은 여성 화장품 이상으로 치열합니다. 좀 더 나은 피부, 좀 더 나은 얼굴을 위해 지갑을 여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뷰티에 관심이 많은 남자라면, 솔깃할만한 최근 트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것은 바로 코스메슈티컬!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s)와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간단히 말하면 피부과 의사들이 만든 화장품입니다. 특히 시간이 없어서 피부과에 가지 못하지만, 피부과에서 치료받는 효과를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단, 값비싼 가격을 치러야 하는 게 좀 아쉽지만요...
코스메슈티컬을 쉽게 이해하시려면, 이지함 피부과의 '이지함 화장품'과 CNP 차앤박 피부과의 '차앤박 화장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올 3월에는 미국의 헐리우드 스타나 상류층에게서 인기를 끌었던 몇 코스메슈티컬 브랜드가 국내 런칭을 앞두고 있어, 코스메슈티컬 트렌드가 강력해질 전망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닥터 브랜트(Dr.Brandt)입니다. 피부과 의사 브랜트 박사에 의해 개발된 화장품으로 'Take the Doctor Home with You', 즉 '의사를 집에 데리고 온 듯한 효과를 보는 화장품'을 지향합니다. 브랜트 박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닥터 프레드릭 브랜트(Dr.Fredric Brandt)는 헐리웃 스타들에게 인기 있는 의사로, 피부과 전문의이자 내과 전문의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그는 루케미아(백혈명) 치료 연구 중 녹차의 항산화 효과와 항암 효과를 발견해, 녹차를 안티 에이징 화장품에 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닥터 프레드릭 브랜트가 발견한 성분, 녹차와 비타민 A,C는 닥터 브랜트 스킨 케어 라인의 기초가 되었죠. 그는 현재 피부과학회와 관련된 이슈 및 치료법 등의 전문 연구 논문을 집필하고 있으며, 마이애미와 뉴욕에서 하루에 40여명이 넘는 환자를 검진하고 있습니다. 그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달 전에 예약해야 겨우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닥터 브랜트 스킨 케어의 특징은 바로 그 성분에 있습니다. 항염증성의 노화 방지제가 피부의 자극을 가라앉히는 녹차, 피부 내의 기본적인 조직 성분을 보호하는 강력한 노화방지제 포도씨 추출물, 피부와 감각 기관을 진정시키는 라벤더, 박테리아의 감염을 막아주며 비자극성의 피부를 맑게 하는 티트리(특히 복합, 지성 피부에 좋음), 대표적인 수분 공급제이며 강력한 피부 노화방지 성분을 함유한 시어 버터, 수분을 공급하고 보호하는 해바라기 오일. 이것이 바로 그 성분들입니다.
미국의 경우, 스킨 케어 멀티숍 세포라와 버그도프 백화점 등에서는 이 의사들이 만든 코스메슈티컬 화장품 섹션이 따로 생겨날 정도라고 합니다.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코스메슈티컬 붐은 우리 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닐 듯합니다. 굳이 피부과에 가서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그들의 전문적인 의학으로 만들어진 화장품만으로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분명 매력적이니까요.
s/s 시즌이 시작되는 3월, f/w 시즌이 시작되는 9월이면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광고를 새단장합니다. 발빠른 패션 브랜드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3개월 전부터,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광고 작업에 들어갑니다. 지난 1월부터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빅 브랜드들이 패션 광고에 대거 스타를 모델로 기용했다는 것이었죠. 2월이 되자 그 소문은 사실로 입증되었습니다. 광고 비주얼로 말이죠!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케이트 모스. <선>지에 코카인을 흡입하는 장면이 포착돼 패션계의 별에서 문제아로 떨어질 것 같던 그녀! 디올, 버버리 등 대표적인 광고주들이 케이트를 떠났지만, 로베르토 카발리는 요양원에서 퇴원하는 그녀를 광고 촬영장으로 불러 들였다고 합니다. 코카인 사건에 휘말렸던 케이트 모스는 로베르토 카발리 외에도 지방시, 롱샴과도 광고 계약을 체결했으니, 그녀의 상품 가치는 아직 건재함이 틀림없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빅 브랜드들이 스타들과 s/s 광고를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셀러브리티(클로에 세비지, 제니퍼 로페즈, 우마 서먼 등)을 내세웠던 루이 비통은 이번 시즌 지젤을 선택했습니다. 지젤만이 가진 섹시한 바디 라인을 강조해 이번 시즌의 과감해진 디자인을 선보였죠. 베르사체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배우라 불리는 할리 베리를 내세웠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광고 컷을 보면, 할리 베리의 섹시함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안 프랑코 페레는 두 아이의 엄마인 배우 줄리아 로버츠를 선택했죠. 지난 1월 밀라노 컬렉션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에게 물어봤습니다. "많은 패션 하우스들이 이번 시즌 셀러브리티를 모델로 선택했고, 당신은 줄리아 로버츠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들었습니다. 왜 줄리아 로버츠를 생각하셨는지, 가격은 비싸지 않았나요?" 그러자 그가 느린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셀러브리티로 줄리아 로버츠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아주 잘 맞았고요. 가격이요? 후후(웃음). 물론 비쌌죠. 그것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패션 빅 하우스들은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스타를 잡는 이유는 바로 그만큼의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 스타가 등장하게 되면, 대중은 부지불식간에 그 스타와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하게 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거죠. 오랜만에 등장한 배우는 미우미우 광고에 등장한 킴 베이싱어입니다. 미우미우는 프라다에 비해 더 젊은(에이지 타깃이 어린) 브랜드임에도 획기적으로 40대 여배우 킴 베이싱어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죠. 하지만 발표된 광고 비주얼은 킴 베이싱어와의 계약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합니다. 광고 속에서 40대 여인이 아닌, 요염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인으로 등장해 미우미우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켰으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이번 시즌 셀러브리티 대열은 대부분 여자 배우가 차지했다는 겁니다. 패션 브랜드들은 여성복 광고엔 대표적인 스타를 내세우지만, 남성복 광고엔 남자 모델을 내세우는 게 일반화되어 있지요. 디올 옴므 광고처럼 스타보다는 이미지 중심으로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패션 하우스 PR은 얘기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성복의 경우 광고 모델에 따라 매출에 큰 차이가 있지만, 남성복 매출엔 광고 모델이 영향을 미치지 않다고 합니다. 본사에서 여자 모델에 더 돈을 쏟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요."
솔직히 아래 덧글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쓴 글은 게이를 욕하기 위한 것도, 점점 커지는 게이들의 파워 속에서 느끼는 열등감을 피력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게이 무리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 적은 있어도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으니까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글은 더더욱 아닙니다(제가 일부러 여러분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진 않습니다). 패션계에선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현상, 즉 게이를 인정하고 게이의 파워가 커지고 있는 현상을 얘기하고자 한 것입니다. 형식없이 툭툭 털어놓다 보니.. 제대로 주제를 전달 못한 건 저의 불찰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남성지의 에디터로 발을 디딘 4년 전만해도, 해외에선 당연한 일이었지만 국내에선 쉬쉬하던 이 현상이 이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 그걸 글로 얘기할만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출판되는 책에서는 이렇게 수다 떨듯 이런 얘기를 털어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만일 그랬다가는 이 덧글은 비교도 안될만큼의 항의가 빗발칠 게 뻔하니까요(물론 게이 옹호론자부터 혐오자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이번 글엔 해외 패션계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 중 게이 커플에 대해 얘기해보려 했습니다. 그들이 뭉쳐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냈고,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냈는지 말이죠. '뭐, 흠잡을 것 없나'하는 뒤틀린 심사를 가지고 읽진 마십시오. ^^. 돌체&가바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돌체와 가바나. 이들은 몇십년을 함께한 게이 커플 디자이너입니다. 두 사람 명의로 된 별장만 수십개가 되며, 매 컬렉션 피날레마다 함께 걸어 나  오지만, 사실 이들은 오래 전에 헤어진 상태입니다. 둘의 결별설이 흘러나왔을 때부터 패션계는 돌체&가바나란 거대한 그룹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닐지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똑똑한 디자이너였기에, 언론에 항상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매 시즌 컬렉션을 무리 없이 치르고 있습니다(한 사람은 디자인을, 한 사람은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컬렉션 피날레에 나오는 그들이 이젠 더이상 손을 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옆의 사진은 제가 2004년도 7월, 2005 S/S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때 촬영한 돌체&가바나의 피날레 컷입니다. 1월 중순에 보았던 2006 F/W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팔짱만 살포시 잡고 걸어나왔고, 들어갈 땐 아예 팔짱까지 뺀 상태였죠. 이들의 연애는 성공 못했지만,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비록 진정한 커플이 아닐지라도, 패션계는 돌체와 가바나란 커플을 인정합니다. 그들은 이탈리아 남녀를 광분케하는, 패션계가 수긍할 만한 옷을 선보이니까요. 두번째로 칼 라거펠트와 에디 슬리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에 대해 분명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 나라에선 배우 강동원, 류승범과 같은 스타일리시한 배우들이 디올 옴므의 슬림한 옷을 입으면서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패션계의 거물인 칼 라거펠트가 에디 슬리먼의 슬림한 수트를 입기 위해 살을 뺐던 건 매우 오래전 일입니다. 지금은 익숙해진 칼 라거펠트의 날씬한 모습이 그 당시엔 저를 비롯해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유지해오던 뚱뚱한 체형과 그걸 가리기 위해 들고 있던 부채가 모두 사라졌으니까요. 그만큼 칼 라거펠트는 에디 슬립먼에 대한 애정을 다이어트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물론 에디 슬리먼은 남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그가 그토록 짧은 시간에 패션계에서 우뚝 설 수 있었는데, 칼 라거펠트의 힘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다른 디자이너 컬렉션엔 등장하지 않는 칼이 그의 컬렉션엔 꼭 참석했으니,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거죠. 이제 에디 슬리먼은 칼 라거펠트 못지 않은 위치에 우뚯 서 있습니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관계로 발전할 지는 두고 봐야 할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얼마전 다녀온 밀라노 컬렉션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컬렉션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 국내에 아직 수입되지 않은 버버리 프로섬은 패션계가 열광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섬세한 디테일과 스타일링, 그 모든 것이 매 시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니까요.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크리스포터 베일리는 언론에 자주 자신을 드러내진 않죠. 수줍음이 많은 듯한, 깔끔한 외모의 이 디자이너는 한 프로듀서 남자와 오랜 기간 사귀어 왔습니다.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사귀어 왔고 상대방이 패션계 인물이 아니기에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나의 영혼과 같은 존재'라 말해온 그의 애인은 몇년 전부터 암과 투병해왔고, 이번 밀라노 컬렉션이 열리기 직전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버버리 프로섬이 열리기 전, 패션계는 수근거렸습니다. "과연 크리스토퍼가 제대로 컬렉션을 치룰 수 있을까. 그 충격을 이겨내고 어떻게 컬렉션을 열까." 하고요...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건재했습니다! 흐트러짐 하나 없이 완벽한 스타일링과 디자인을 선보였죠. 하지만 그의 컬렉션은 매우 침울하고 슬픈 분위기였습니다. 그건 바로 노래때문이였습니다. 모델들이 캣워크를 걷는 동안 흘러나온 노래의 가사는 "Come back to me..."였으니.. 이제 패션계에서 새로 탄생하는 게이 커플은 소소한 연애 가십이 아닙니다. 더 감각적이고 섬세한 그들은 상대방의 사랑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또는 새로운 파워를 만들어내니까요. 그것들은 분명 패션계가 무시못할 존재들이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패션 디자이너가 게이는 아님을 밝힙니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마라스는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전형적인 남자이며(물론 이탈리아에선 드문 예이지만), 특히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남자 디자이너 대부분은 진짜 보통 남자입니다. 혹시 오해가 있으실지 몰라, 밝히는 바입니다.
잠시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하죠. 의상을 전공하던 대학교 3학년 때, 과 선배의 소개로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패션 에디터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됐습니다. 고가의 패션 브랜드 샘플들에 둘려싸여 있고, 촬영장을 카리스마로 압도하고, 파티에서 트렌디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 모습이 그리 멋져보일 수가 없었죠(물론 이 직업에 뛰어든 후에야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알았지만요..).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기만 하던 그 시절엔, 일할 때 마주치는 독특한 남자들(말할 때 다리를 꼬거나 여자같이 말하는 남자들)을 그저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게이의 개념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죠.
몇개월이 지나자, 제 주위의 인물들(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남자 몇명)이 남자를 좋아하고 사귀는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춘기 때 성립됐던 성적 정체성에 혼란이 마구 오더군요. 하지만 곧 환경에 적응해갔습니다. 선망하던 디자이너 톰 포드가 보그 인터내셔널 편집장(물론 남자)과 애인이란 사실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고, 뒷태만 봐도 게이인지 판별이 되고, 게이라는 이유로 더 편하게 소소한 얘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Sex and the city>에서 캐리가 게이 친구 스탠포드와 자신의 고민을 상의하듯이 말이죠.
아시아는 보수적인 성향 덕분에(?) 그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의 패션계의 파워는 게이들이 거머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요 매체의 편집장이 남자라면 대부분 게이이고(예외적으로 <ESQUIRE> USA판 편집장은 게이가 아니랍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해외의 유명한 남자 디자이너 또한 그렇습니다. 2년 전인가. 홍콩의 한 브랜드 PR(여자)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패션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남자는 게이여야 한대. 패션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게이들이 서로를 위에서 끌어주고 뒤를 봐준다는 거지. 그렇다면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무식하게 일만 열심히 해야 한대(웃음)." 세상에..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현재 해외 패션계에서 게이들이 서로를 키워주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지요. 얼마전까지 함께 일했던 한 남자 후배는 외관상으론 너무나 멀쩡한(?) 한국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물을 마시러갈 때 조심스럽게 걷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상했죠. 심지어 같은 회사의 다른 에디터들도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그가 국내에서 유명한 남성복 디자이너와 애인 사이임이 밝혀졌죠. 그들은 단순한 애인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일을 도와주고 힘을 실어주는 관계였던 거죠!
제가 가끔 이런 얘기를 패션계와 관계없는 남자들에게 하면 징그럽다며 심한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징그럽기야 하죠. 하지만 현실이니 어쩌겠습니까.
솔직히 남자 패션계는 게이들이 주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여자들 이상으로 패션에 민감합니다. 쇼핑을 너무나 좋아하고, 자신보다 옷 잘 입은 사람들을 질투하고, 피부 관리에 철저합니다. 예쁜 옷에 대한 욕심은 여자들의 집착, 그것을 능가합니다. 그러니... 쇼핑을 귀찮아하고 옷에 관심이 없는 '보통 남자'보다는 '게이'가 패션의 트렌드를 이끌 수 밖에 없는 거죠.
지난 여름, 일본으로 출장을 갔을 때 호텔방으로 도착한 헤럴드 트리뷴의 1면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패션의 도시로 급부상한 상하이" 수년 동안 창간을 준비해온 보그 차이나판이 그 시작을 알렸고, 수많은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특히 상하이에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으니 이 제목은 어쩜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난 11월 말, 디젤 컬렉션을 위해 상하이에 갔을 때만 해도 이미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유명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찌, 루이 비통, 끌로에 등등 말이죠.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아직 국내에도 들어오지 않은 자라(ZARA: 그 시즌의 트렌디한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스페인 브랜드)까지 입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패션계에 몰아치고 있는 차이나, 아니 '상하이 신드롬'이 사실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죠. 디젤의 중국 상하이 런칭을 앞두고, 디젤의 창립자이자 CEO인 렌조 로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발전된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자기만의 스타일과 여러 장르의 아트, 음악을 즐기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때 디젤이 중국 시장에 진출을 할 때이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중국 소비자들은 디젤의 라이프 스타일 'For Successful Living'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1월 26일 열린 디젤의 패션쇼는 중국이란 시장의 중요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매우 화려하고 광대했습니다. 쇼장을 울리는 커다란 북 소리를 시작으로, 디젤의 s/s 컬렉션이 선을 보였는데(아래 사진은 패션쇼장의 모습), 상하이 관람객들의 반응 또한 무척이나 열광적이었습니다.
이 컬렉션이 있기 전에는 상하이 프라자 66에 디젤의 10년간 광고를 볼 수 있는 대형 조형물이 전시 시작을 알렸고, 새로운 매장의 오픈 축하식이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심지어 같은 날 로에베의 상하이 매장 오픈식도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패션 브랜드들의 매장 론칭이 이어질 거라고 합니다.
지난 11월 1일에 열렸던 2006 s/s 상하이 패션 위크에는 파코 라반 등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가해 상하이 신드롬을 또 한번 확인시켰죠.
중국은 패션계에서도 떠오르는 시장이 분명합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인 모델 또한 그 붐에 동참하고 있지요. 밀라노, 파리, 뉴욕 등의 주요 패션쇼에 점점 등장하는, 모델 소니, 루 얀, 리우 단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금발의 백인이 독점시한 패션계에서 동양인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건 분명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그 나라가 우리 나라, 한국이 아님이 씁쓸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쌈지와 낸시 랭의 만남
패션 잡지를 많이 보셨던 분이라면 낸시 랭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낸시 랭? 중국 사람인가? 그렇게 생각하기 십상이죠.
솔직히 낸시 랭의 정확한 직업을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팝 아티스트'라 불러달라 했습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건 청담동의 조그마한 갤러리에서였습니다. '터부 요기니'란 평면작품 시리즈를 선보이는 초대전에 지인의 소개로 들르게 됐는데, 명품 가방을 든 로보트의 형태를 한 작품 등은 낸시 랭이란 여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호기심이 들게 했죠. 그래서 몇개월 후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낸시 랭은 참 특이했습니다(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하얗디 하얀 얼굴에 빨간 루즈를 바르고는 에스까다 스타일의 푸른색 정장 스커트를 입고 왔었죠. 보통 연상하기 쉬운 아티스트의 외모와는 참으로 달랐습니다. 그녀는 방에만 틀어박혀 작품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패션을, 특히 명품 브랜드를 너무 좋아라 하고, 또 그것을 미술에 응용하는 솔직하고 당돌한 여인이었습니다. 평면부터 비디오, 3D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몸으로 퍼포먼스 아트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낸시 랭의 퍼포먼스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이라 남자 팬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요!).
낸시 랭은 지난 해 12월 명작 패러디 시리즈와 글을 담은 <아티스트 낸시랭의 비키니입은 현대미술>출판 기념전을 갖더니, 곧 국내 패션 브랜드 쌈지와 함께 '낸시 랭 라인'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1월 청담동 트라이베카에서 열린 독특한 '낸시 랭 패션쇼'를 보면서 그녀가 2년전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죠. "루이 비통은 일본의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와 작업해서 패션계에 남을만한 아이템을 만들었잖아요. 저도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정말요!"
이 섹시하고 도발적인 여인 낸시 랭은 2년만에 자신의 꿈을 이루어냈습니다. 브랜드 쌈지와 함께 본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광고도 아트 디렉팅하는 '낸시 랭'이란 브랜드를 만들었으니까요! 아래 사진은 쌈지에서 선보이는 낸시 랭 라인의 광고 컷입니다.
쌈지와 팝 아티스트 낸시 랭의 만남은 단순히 순수 미술과 패션간의 조우, 그 이상을 뜻합니다. 기존의 작업처럼 아티스트의 작품을 차용한 것과는 차원이 틀리고요. 아티스트가 직접 브랜드의 디자인을 맡은 것이니까요. 과연 그녀가 디자인한 의상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색다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단 사실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프라다 또한 이번 시즌 세계적인 아티스트 세 명과 손잡고, 새로운 '티셔츠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아티스트의 작품을 티셔츠에 프린트하고, 티셔츠 택에는 프라다 로고와 함께 각 아티스트 라인명도 함께 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첫번째 주인공은 호넷(HONET)이라 알려진 프랑스의 아티스트입니다. 펑크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로고타입스 얼바인즈 무브먼트(Logotypes Urbains Movement)'의 멤버로도 유명합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로고타입스 얼바인즈 무브먼트'는 이미지와 심볼을 도시, 미디어, 또는 기관에 전파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임입니다. 이미지를 단순히 프로모션용이 아닌, 좀더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위한 이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가 바로 호넷이 그린 것들인데요. 고딕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대중적인 아이콘이나 해골 이미지 등을 적절히 조합시킨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파리에 거주하는 아티스트의 시각이라 하기엔 매우 다양한 이미지들이 공존하는데요, 그건 아마 그가 아테네, 바르셀로나 등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의 택을 자세히 보시면 프라다 로고 밑에 크게 'HNT'라고 써 있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조금 더 독특한 남성미를 뽐내고 싶은 분이라면 이 라인을 분명 제일 좋아할 듯 하네요. 두번째 주인공은 브룩클린의 아티스트 비니 레이(Vinnie Ray)입니다. 일명 길거리 아트(Street Art)의 대표주자로서, 그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동경의 벽, 지하철 등을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사용해왔죠. 캐릭터를 다양하게 변화시켜 단어들(Thinking, Listening, Expanding, Being 등...)을 삽입하는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프라다와 함께 하는 티셔츠 라인에서 그의 터치는 조금 더 상징화됐습니다. 고양이 얼굴을 연상시키는 그림도 눈과 코만을 그려 간결하게 표현했고, 데칼 코마니 기법을 이용해 사람들의 화합을 뜻하는 듯한 그림에는 'WOW' 란 단어가 삽입되었지요. 세번째 주인공은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크리스찬입니다. 28세의 이 젊은 디자이너는 현재 <SOUL>이란 잡지의 아트 디렉터이자 음악과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는, 뮌헨의 대표적인 그래픽 아티스트입니다. 크리스찬은 위의 비니 레이와 마찬가지로, 길거리 아트와 연관이 깊은 인물입니다. 그래피티를 시작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시작했으니까요. 그의 그래픽은 조금은 괴기스럽기도, 조금은 위트가 넘치기도 하는.. 매우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라다를 위해 선보인 'C100' 라인의 그림들은 축구공이 응용되어 재미와 위트가 넘칩니다. 솔직히 기본 티셔츠는 동대문 가면 3천원, 5천원이면 족히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티스트의 혼이 담긴 그림을 담은 티셔츠라면 눈 질끈 감고 살만한 가치, 있지 않나요?
2006 S.S 서울 컬렉션이 열리기 전, 그래픽 아티스트 오자화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서울 컬렉션에서 르꼬끄 스포르티브에서 제 이름의 라인이 나와요!” 몇 년 전 화보 촬영을 위해 창의적인 그래픽이 필요했을 때, 오자화란 이름의 아티스트가 작업한 그래픽은 참으로 독특하고 색달랐습니다. 그는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밀애> 등의 포스터 디자인, 서태지(울트라매니아), 싸이 1∼3집, 나비효과 1집, 자우림 5집 등의 CD 재킷 디자인, 패션 광고 등 수많은 작업을 맡아온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죠. 자신의 일러스트를 프린트해 ‘Ride a White Swan’과 ‘PIKUCHA’란 브랜드를 선보여 패션계에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원래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지속적으로 공동 작업을 해왔어요. 신스케 가와하라와 신발 컬렉션을 전개했고, 2004년부터는 까스텔바작과 별도의 컬렉션도 출시하고 있죠. 이번에 기획된 르꼬끄 스포르티브 SLS(Style de la Vie Sportive)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홍승완, 토모히로 스즈키와 함께 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오자화가 그린 일러스트들이 데님 팬츠, 티셔츠 등에 응용된 것입니다! (아래 사진 참조) 이처럼 패션 브랜드(또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만난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캐주얼 브랜드 엘로끄(ELOQ)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엘로디 도르난드(Elodie Dornand)와의 작업을 통해 티셔츠 컬렉션을 만들었고, 지난 10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남성복 디자이너의 대표주자 송지오 또한 이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죠.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뮤지션인 별이 지난 시즌부터 제 옷에 활력을 주고 있어요. 솔직히 제 옷은 심플하잖아요. 여기에 별의 일러스트가 가미된 티셔츠가 들어가니, 컬렉션에 생동감이 도는 듯해요.”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복고 크루즈 룩을 선보인 이번 컬렉션에서 돋보였던 아이템이 바로 그래픽 프린트 티셔츠였습니다. 록과 다이내믹한 팝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으로 귀족적이고 세련된 송지오 옴므 고유의 색깔에 젊은이의 자유로움을 더했던 것입니다. (아래 사진 참조)
디자이너 정욱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직접 일본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나츠(Nuts)라는 일본의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을 하고 싶어, 무작정 그를 찾아갔던 것이죠. 일본에서도 까탈스럽고(?) 공동 작업을 하지 않는 그는 결국 디자이너 정욱준의 얘기를 듣고는 함께 손을 잡게 됩니다. 결국 1930년대 쿠바로의 여행을 의미하듯 ‘1933’이란 숫자와 ‘Lone Costume’브랜드 로고를 적절히 활용한 그의 일러스트는 티셔츠와 가죽 재킷 뒷면에 프린트되어 등장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 모두 좀더 독특하고 좀더 색다른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 욕심을 채워 줄 좋은 협력자가 바로 창의적인 아티스트인 거죠! 주로 옷에 프린트할 수 있는 일러스트와 그래픽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주를 이뤘지만, 이젠 장르를 가르지 않고 아티스트와 패션의 조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락(Rock). 이 음악 장르만큼 패션 트렌드와 관계없는 것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이번 S/S 시즌, 여러 디자이너들이 로커의 반항적인 정신을 조금은 차분하게, 조금은 소프트하게 풀어냈습니다. 옷뿐만이 아닙니다. 액세서리 또한 소프트한 로커 룩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대표적인 액세서리로는 화이트&블랙 컬러 또는 골드 컬러 슈즈, 서스펜더(멜빵), 메탈 소재의 목걸이, 반지 등이 있습니다. 방금 접한 소식에 의하면, 디올 옴므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지만 주문하면 제작이 가능한 '리미티드 에디션 트렁크'를 선보인다고 합니다(아래 사진 참조). 특히 골드 컬러와 레드 컬러의 벨벳 라이닝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 락 트렌드를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동안 디올 옴므가 선보여온 트렁크 컬렉션은 여행용 트렁크, 주얼리 케이스, 기타 케이스였습니다. 대표적인 백 메이커로서의 노하우와 락 뮤지션들과 연관이 깊은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디올 옴므의 디자이너)의 감각이 한데 합쳐진 게, 바로 이번에 선보이는 트렁크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메털 액세서리, 네임 태그, 자물쇠와 열쇠가 독창적인 디테일이라면, 안전한 메탈로 제작된 코너와 스터드 장식, 가죽 피니싱과 스티칭은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디테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트렁크는 골드 컬러의 송아지 가죽에 벨벳 라이닝이 들어간 스타일과 클래식한 캔버스 스타일,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국내 매장에 간다고 해서 구입하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는 수입이 되지 않았지만, 두 가지 버전 중 원하는 스타일을 주문하시면, 4개월 정도가 지난 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에디 슬리먼은 이 트렁크 외에도 전자 기타 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락 뮤지션의 공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집을 냈을 정도로 락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타 케이스로 디자인됐을 겁니다. 이 케이스 역시 트렁크와 마찬가지로 골드 컬러의 송아지 가죽에 벨벳 라이닝이 들어갔고, 케이스 안에 완충 장치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단, 국내에는 수입이 되지 않는다니… 아쉬울 따름이죠. (아래 사진은 포토그래퍼로도 유명한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사진집 <Stage>. 그는 여러 사진집을 통해 락과 소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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